1994~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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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1994년 발행한 『초동회 소식지』 이후, 한국의 퀴어(비연속/연속)간행물의 문장을 수집하고 연결하는 공간입니다. 발견한 문장을 보내주세요.

“야. 우리 저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인간이 여자인지 남자인지 내기하자”
얼마나 할 일이 없으면 한사람의 신체적인 성을 맞추는 게임을 하고 지랄일까? 그 시간 있으면 집에 가서 발닦고 밥이나 한그릇 더 먹지. 또또 더 기가 막힌 것은. 물론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한 인간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를 나름대로 밝히려고 할 때 주르륵 훑터보는 것은 그 사람의 가슴부분. 그래. 난 가슴 튀어나왔다. 그래서 여자다. 내가 여자라는 것이 밝혀져서 니 생활에 안정감이 오니?
—『니아까』 3호, 1997

—“혹시 남자 분이세요? 여자분이세요?”
—어떻게 보이는데요?”
—혹자는 말한다. “남자 같은데요”
—또 혹자는 말한다. “그래도 여자분이시겠죠?”
—“알아서 생각하세요. 제가 남자로 보이든 여자로 보이든 상관없어요”
—????
—“제가 여자인가 또는 남자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재의 저의 특성이 더 중요한 거니까요.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여자라면 달라지는 것이 있나요? 혹은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남자였으면 뭐가 달라지는데요?”
—『니아까』 3호, 「보이쉬걸의 사례로 풀어보는 수난들」, 1997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나의 생물학적인 성이 뭔지 궁금해하는 남정네들을 생각하면서… 내가 남잔줄 알았는데 여자였으면 성폭행을 할 수도 있었는데…하고 머릴 칠치도 모른다는 것… 으으으…난 나다. 내가 여자이고 남자이건 그건 나를 규정하지 못한다. 차이를 빌미로 차별하는 것은 나쁜 것이다.
—『니아까』 3호, 「보이쉬걸의 사례로 풀어보는 수난들」, 1997

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르게끔 나를 만들어 가고 싶다. 파하하하하하. 그냥 재미로 그러는것이 아니라…솔직히..이 사회에서 굳이 여성이냐 남성이냐를 따질 필요가 없는 것 같아서이다. 애를 낳는 거는 다르겠지만..내가 애를 낳을 것도 아니구…파하하하하…글구..여성이나 남성이나 모두 여성성과 남성성을 다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닌가..그런 와중에 내가 굳이 여성으로 또는 남성처럼 보일 필요는 없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다. 그래 서리…내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르게 하구 댕기는 것이다.
—『니아까』 3호, 「내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알아서 뭐해???」, 1997

집주인 할머니가 처음 만날 때부터 나한테 되게 당당하게 "남자예요? 여자예요?"라고 물어보는 거예요. 너무 당당하게 마치 그게 뭔가 증빙과정 같은 느낌으로. 근데 이미 나는 교포라고 얘기 한번을 못한다고 얘기했으니까 "Sorry."하고 그냥 넘어갔거든요. 근데 그래도 포기를 안 해요. 볼 때마다 묻는 거예요. "남자야? 여자야?" 그런 상황들이 매일매일 있는 거예요.
—『보릿자루 산책하기』 창간호, 「J」, 2022

게이들에게는 사우나탕도 있고 극장도 있다. 게이바는 레즈비언바의 수배이다. 게이 커플은 최상의 커플이라한다. 이 사회는 남자들이 훨 돈을 많이 버는 사회이고 애도 없는 게이 커플은 그 많은 현금 빵빵한 커플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전세계적으로 보아도 게이들을 타켓으로 내놓은 상품들이 참 많다. 그들을 위한 마케팅도 있다. 그러나 돈 못버는 여자 둘이서 있는 레즈비언 커플은 최악의 커플이라 한다. 하핫. 물론 난 여기에 안티를 건다. 사실 남자 혼자 벌고 애 낳고 여자는 집안일만 하는 이성애 커플보다는 레즈비언 커플이 훨 낫다고. 이것은 비단 돈 문제 뿐만이 아니다.
—『니아까』 8호, 「레즈비언은 부르조아만 있는가?」, 1997

남성을 사랑하는 남성들이 여장한 남성을 보고 환호성을 지른다. 이것은 상식적으로 보면 아이러니한 문제다.(...) 레즈비언들에게 드랙쇼가 그다기 발달하지 않은 것은 (어딘가 발달해있을지도 모르지만…-_-) 딱딱한 남성의 모습으로는 재미없을게 뻔하기 떄문아닐까… 어찌됐건 우리가 사는 지구에서는 성역할을 규정짓도록 강요하니까. 드랙쇼는 재미있다. 사회가 만들어놓은 성역할에서 벗어나 그 반대의 것을 취하고 메롱~ 이럴수도 있지비...라고 뛰노는거 같아서. 나? 나는 평소에 드랙쇼를 하고 댕긴다.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지만 여튼 날 남자로 오인하곤하니…드랙쇼의 일상화 아니겄수?
—『니아까』 11호, 「드랙에 대해. —버디에 실렸떤 드랙에 관한 이야기」, 1998

그들에게는 여성이나 남성답지 못한 남성은 다 이등 시민이다. 남성답지 못한 남성은 여러 가지겠지만 여자에게 휘둘리면서 사는 남자에서부터 여자를 떠받들고 사는 남자 혹은 여자와 민주적으로 살아 가는 남자 등 다양할 것이다. 다 참을 수 없겠지만 골수 남성-이성애 중심주의자가 가장 참을 수 없는 것은 동성애자 남성일 것이고, 나아가 여성이 되고 싶어하는 남성에게는 적개심을 누를 수 없을 것이다.
—『또다른 세상』 2호, 「XY에겐 정조가 절대 없다」, 1996